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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활동/숲 생태

[스크랩] 생물다양성 보전

생물다양성 보전

 

우리는 왜 생물다양성을 보전해야 하는가? 그 이유는 생물다양성은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물다양성은 많은 경제적 가치, 즉 도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생물다양성은 우리의 문명을 유지시키는 데 필요한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해준다. 또한 인간의 복지, 번영, 생존은 모두 생물다양성의 보전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 북부 등에서 사는 원주민인 사미(Sami)사람들은 방목하는 순록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한다. 이는 생물다양성의 도구적 가치를 보여준다.

 

 

생물다양성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 – 도구적 가치와 내재적 가치

 그렇다고 해서 우리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지 않는 생물종은 보전할 가치가 전혀 없을까? 그렇지 않다. 모든 생물 종은 오랫동안의 진화의 산물이고 각자는 도구적 가치와 관계가 없는 내재적 가치(intrinsic value)를 가지고 있다. 어떤 종은 다른 종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생태계의 완전성과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으며 이 또한 내재적 가치의 근거가 된다. 예를 들어 열대림의 잎벌레(leaf insect)를 생각해보자. 이 벌레는 오랫동안의 진화를 통해서 만들어졌다. 이 벌레가 우리에게 어떤 경제적 혜택도 주지 않는다고 해서 멸종시켜도 좋을까? 아니라고 생각하면 이는 생물다양성의 도덕적 가치를 느낀 것이다. 이것은 내재적 가치의 하나이다.

 

노르웨이의 순록. 노르웨이 북단의 원주민은 순록 덕에 먹고 산다. 생물다양성의
도구적 가치를 보여주는 예다.

열대림의 잎벌레. 인간에게 별 쓸모가 없다면 멸종시켜도 될까? 생물다양성은 내재적 가치를 지닌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하면 자연보전은 자연의 완전성과 다양성을 보전하고 자연자원을 평등하고 지속 가능하게 사용하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생물다양성의 보전이다. 생물다양성은 지구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지속 가능한 에너지 자원의 확보, 인간의 삶의 질 개선 및 녹색경제의 건설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이다.

 

러시아 시호테알린 산맥의 울창한 침엽수림.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시베리아호랑이의 서식지로서 생물다양성보전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세계자연유산의 등재기준 4가지 중 2가지는 생태적 가치와 생물다양성보전가치이다.

 

 

생물다양성 보전의 역사

생물다양성의 보전을 연구하는 보전생물학의 역사는 짧지만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이용 사이의 갈등의 문제는 플라톤과 소크라테스가 살던 그리스 시대에도 있었다. 성경에서는 모세가 농지와 포도밭을 6년 동안 이용하고 7년째는 경작을 못 하도록 하는 토지 안식년제 실시를 역설하는 대목이 나온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토지를 왕이나 귀족 등 소수의 사람들이 소유하고 일반인의 접근 또는 출입이 제한되면서 왕의 사냥터, 우리나라의 능림 등 많은 곳에서 높은 생물다양성이 유지될 수 있었다. 역설적인 일이나, 산업혁명 이후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자연자원에 대한 일반 대중의 접근이 쉽게 이루어지면서 자원의 남용과 고갈이 일어나게 되었는데, 이를 막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미국에서는 국립공원, 산림보호지역, 야생생물보호지역, 멸종위기종법 등이 먼저 고안되거나 시행되었고 이러한 제도가 다른 나라에서도 널리 적용되었다. 지금은 생물다양성의 보전에 전 세계가 협력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1992년에 제정된 생물다양성협약은 1993년에 발효되었고 지금은 193개국이 가입하고 있다. 생물다양성협약은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 생물자원의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공평한 분배를 추구하여, 생물다양성 보전의 국제적 협력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조선 시대에는 서울 인근의 산림과 지맥의 보전을 위하여 채석, 벌목, 집짓기, 무덤 쓰기 등을 제한하는 금산(禁山)제도를 시행하였는데 이는 1971년에 제정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제도와 일맥상통한다.

 

 

보전생물학은 생물종이 급속히 멸종되는 위기 속에서 태어난 학문

보전생물학은 위기의 과학이다. 생물종이 급속히 멸종되는 위기 속에서 1970년대 말에 나타난 새로운 학문이다. 보전생물학의 목표는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원리를 개발하고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생물다양성의 궁극적인 보전을 위해서는 생태계가 보전되어야 하므로 보전생물학의 장기적인 목표는 생태계의 건강한 구조와 기능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40년 전에는 생물다양성의 보전이란 멸종위기종을 멸종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너무 많은 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고 또한 생물다양성이란 종뿐만 아니라 유전자, 생태계 및 생태적 과정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므로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의 보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전생물학은 가치로 충만하고 사명감에 의해서 연구되는 학문이다. 다른 자연과학 분야는 진리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치와 연관되어서는 안 되지만 생물다양성의 보전은 생물다양성의 가치에 근거한다. 보전생물학의 임무는 중요할 뿐만 아니라 긴급하다. 다른 과학은 원리가 충분히 인정된 후 적용되는 데 비해서 생물다양성은 멸종되면 되돌릴 수가 없으므로 보전생물학에서는 미성숙한 원리도 적용할 수밖에 없다. 보전생물학은 학제적 과학이다. 생물학에서도 생태학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 외에도 경제학, 법학, 사회학, 정치학, 문화, 윤리학 등이 관여된다.

 

 

생물다양성 보전의 주요 4가지 원리

생물다양성 보전에 관계되는 중요한 원리로는 보전유전학, 섬의 생물지리학, 메타개체군, 비평형설의 4가지를 들 수 있다.

 

보전유전학

보전유전학에서는 특히 개체수가 적을 때의 유전적 다양성의 소실에 주목한다. 북미대륙의 철새인 나그네비둘기(passenger pigeon)는 한때 현재의 세계인구와 비슷한 숫자인 약 50억 마리가 살고 있었다고 추정될 정도로 수가 많았으나, 1914년에 멸종되었다. 북미대륙에 살던 멧닭(heath hen)도 마찬가지다. 과다한 사냥과 서식지 파괴로 1900년에는 개체 수가 100마리 이하로 줄어들었으며 개체 수가 적은 개체군에서 일어나는 근친교배 등 여러 문제로 1932년에 멸종되었다.

 

이들이 멸종되기 직전에는 숫자가 수십 마리로 줄어들었을 텐데 이 때는 우리가 아무리 노력을 기울였어도 멸종을 막을 수 없을 수 없었을 것이다. 개체수가 너무 적으면 우연에 의해서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하고, 짝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근친교배가 일어나서 해로운 유전자가 발현되기 때문이다. 결국 필연적으로 수 년~수십 년 내 멸종에 이르게 된다. 보통 한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을 단기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50개체가, 장기간으로는 최소 500개체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섬의 생물지리학


북미대륙에 살던 멧닭(heath hen)의 박제표본. 1932년에 멸종했다. <출처: (cc) Stevenj at Wikipedia>

섬의 생물지리학(island biogeography)설은 어떤 섬에 서식하는 생물의 종수는 섬의 면적에 비례하고 육지로부터의 거리에 반비례하며 따라서 같은 면적의 육지에 비해서 종수가 적다는 원리이다. 독도와 제주도의 예를 들어보자. 독도는 면적이 약 19ha로 매우 작고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관다발식물은 약 60종만 서식한다.

 

독도의 관다발식물 종수가 제주도보다 적은 이유는 섬의 생물지리학설로 잘 설명된다.


독도에 비하여 면적이 만 배 더 넓은 제주도에는 1800여 종의 관다발식물이 자란다. 섬의 생물종수는 섬의 면적에 비례하고 종의 정착원인 육지로부터의 거리에 반비례한다는 섬의 생물지리설은 생물다양성 보전에 많이 활용되는 중요한 원리이다. 

 

육지의 자연생태계는 농경지 등 사람들의 토지이용에 의해서 하나의 생태계가 여러 개의 조각으로 나누어진다. 단편화된 자연생태계 조각은 바다의 섬과 같아진다. 단편화 직후 많은 종이 멸종하게 되어, 분리되지 않은 생태계에 비해서 종수가 훨씬 적어지게 된다. 따라서 보호지역과 같은 단편화된 생태계에서의 멸종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호지역의 면적을 크게 하고 인접한 생태계 사이에 생태통로를 만들어 연결성을 높여야 한다. 섬이 면적이 크거나 육지와 가까우면 종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연보호지역의 크기를 크게 하고 인접한 보호지역과 가깝게 위치시키고 완충 지역을 설정하고 통로생태계로 서로 연결시키는 등 멸종속도를 줄이기 위한 방법들은 모두 섬의 생물지리학의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메타개체군(metapopulation)

메타개체군(metapopulation, 초개체군 또는 통합개체군)은 “개체군으로 이루어진 개체군”이라는 의미로 1970년에 만들어진 용어이며 ‘공간적으로 분리된 같은 종의 여러 국지적 아개체군(subpopulation)으로 이루어지며 아개체군사이에는 개체들 간의 이동을 통해서 어느 정도 연결되는 집단’이다. 많은 종은 서식지 단편화(habitat fragmentation)의 결과로 분리된 작은 개체군으로 존재하며 한 장소에서 개체군이 사라지기도 하고 대신 이동을 통해서 다른 장소에 새로 정착할 수 있으며 이러한 종의 멸종과 생존은 아개체군의 동태로 설명할 수 있다. 메타개체군의 개념은 자연보전지구 설계의 원리와도 연결되지만 섬의 생물지리설에서는 면적이 큰 서식지를 강조하는 반면에 메타개체군의 개념은 작고 단편화된 서식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메타개체군의 개념에 의하면 넓은 면적의 자연서식지 내에서 부분적으로 어떤 법적 보호종이 분포하지 않는다고 개발사업이 자동으로 허용되어서는 곤란하다. 이곳은 장차 새로운 개체군이 정착할 수 있는 예비공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환경영향평가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비평형설
20세기 중반까지도 생태학자들은 많은 생태계가 평형상태에 있고 안정되고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생물군집의 천이에서도 안정된 상태의 극상 군집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에는 생태계가 고정되어 있지도 않고 균형 잡혀 있지도 않으며 예측 가능하지 않다는 비평형설이 훨씬 더 많은 지지를 받게 되었다. 이러한 생태계의 비평형설의 관점은 자연보전에서도 ‘서식지의 보호’에서 ‘생태계의 관리’로 초점을 옮기게 되었다. 생태계는 산불, 태풍, 가뭄, 홍수, 병충해 등 끊임없는 교란을 받고 있다. 그런데, 어떤 생태계나 어떤 종은 교란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프레리(prairie)’라고 불리는 미국의 초원에서 원식생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원주민 인디언이 살던 시절에 들불이 자주 일어난 것처럼 인위적으로 들불을 놓아야 한다. 또한 로키산맥의 소나무 숲과 캘리포니아의 세쿼이아 숲, 호주의 유칼리나무 숲의 유지에는 산불의 발생이 필수적이다. 홍수가 잦던 곳에서는 홍수가 일어나지 않으면 생물다양성이 크게 감소하게 된다. 과거에는 보호지역에 철책을 치고 사람이 출입하지 않도록만 하면 생물다양성이 보전된다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보호지역의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지역의 상황도 보호지역 내부의 생물종의 보전에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원래 우세하던 자연적인 교란과 지역주민들의 활동도 고려하는 종합적인 생태계관리로 생물다양성을 보전해야 한다.

 

1988년 자연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전체면적의 약 40%가 불에 탄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
옐로스톤의 소나무숲은 산불이 일어나야만 유지된다. 자연적 교란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은 자연보전에 매우 중요하다.

 

 

보전생물학의 여러 가지 원리를 자연보전 관리에 적용해야 

현재의 멸종속도는 인류의 영향이 없을 때의 정상적인 멸종속도에 비해서 수백 배에서 수천 배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생물다양성의 급격한 감소의 위기를 인식하여 보전생물학이 탄생하였다. 보전생물학의 주된 목표는 생물다양성의 보전이다. 생물다양성은 인류의 생존과 문명의 바탕이 되며 인류에게 경제적 이익도 주지만, 이러한 도구적 가치와 관계없이 생태적 가치, 도덕적 가치, 존재 가치로 이루어지는 내재적 가치가 있기에 우리는 생물다양성을 보전해야 한다. 그러나 자연보전의 생태학적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생물다양성의 보전을 위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겠다는 도덕적, 윤리적 마음만 앞서면 외래침입종의 도입 등으로 인하여 오히려 생물다양성의 감소와 자연파괴를 유발할 수 있다. 비록 보전생물학의 역사가 비교적 짧고 그 원리가 아직도 완성된 것은 아닐지라도 보전생물학의 여러 가지 원리를 자연보전 관련법과 보호지역의 관리에 적극 적용시키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글·사진 조도순 / 가톨릭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보호지역포럼 위원장, 유네스코MAB(인간과생물권계획)한국위원회 부위원장, 중앙문화재위원(천연기념물분과)으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의 자연보전을 위해서 노력해왔다.

자료협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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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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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荒嶺 아렛자락 쉼터
글쓴이 : 海 松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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