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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1988 (2015년)


그는 품에서 ‘피앙세 반지’ 따위의 달짝지근한 이름이 붙은 것을 꺼냈다. 그리고는 눈 앞의 그녀에게 내밀었다.

어른처럼 차갑고 건조한 눈빛에 금세 온기가 돌았다. 내 신경은 온통 너에게 쏠려 있었다, 며 ‘그녀 관찰기’를 읊는 그의 얼굴 곳곳에 웃음이 묻어 있다.

마지막 한숨처럼 토해낸 고백은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이었다.

이후 잠깐의 진공 상태. 묘하게 불편한 적막을 깬 것은 의외로 그였다. 평생 고백 한 번도 못 해 보고 죽을 새끼라는 말이 듣기 싫어 한 장난이었단다.

가짜 폭소와 어색함이 마구잡이로 뒤섞인 그 와중에도 문가에 들리는 인기척에 그녀의 시선이 그를 비껴갔다.

결코 부딪치지 않는 시선. 그는 반지와 함께 첫사랑을 테이블 위에 둔 채로 밖을 나섰다. 


지난 9일 방송된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18회의 부제는 ‘굿바이 첫사랑’이었다.

덕선(혜리 분)의 첫사랑은 이미 끝이 난 터라 택(박보검 분)과 정환(류준열 분), 둘 중 한 명의 이야기임을 짐작케 했다.

‘응답하라’ 시리즈 전작들에 비춰 봤을 때, 택이 아무리 무섭게 치고 올라오더라도 ‘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었다.

애초 이 드라마는 정환의 시점으로 시작된 이야기이기도 했고, ‘응팔’ 속 이성적 긴장감이 흐르는 장면들도 주로 덕선과 정환 사이에 할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현실보다 잔혹했다. 18회에서 정환은 내내 망설이다가 한 번도 덕선을 당기지 못했던 자신을 원망했다.

여태 “소개팅 하지마” 말고는 그가 잠깐이라도 덕선을 향한 마음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 후로 5년을 덕선의 얼굴, 택의 얼굴을 아무렇지 않게 마주 보면서 정환이 겪었을 아픔과 자책을 감히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그래도 이대로는 잘 지낼 수 없었다. 정환은 덕선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운명의 다른 이름이라는 타이밍은 택의 편이었다.

또 한 번 망설이는 사이 운명이 그를 등진 것이다.

정환은 마지막으로 용기를 냈다. 친구들이 모두 모여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너랑 같이 학교 가려고 매일같이 대문 앞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리고, 독서실에서 집에 올 때까지 걱정돼서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다.

수학여행 전부터, 어쩌면 그보다 훨씬 전부터 덕선을 좋아했었노라고 고백했다. 덕선은 원래 알고 있던 남의 이야기를 듣듯이 그저 웃는다.

모든 것이 장난이었다는 정환의 말에도 덕선의 얼굴에는 잠깐의 씁쓸함이 비쳤을 뿐이었다.

정환은 호프집 문으로 들어올 택을 기다리는 듯한 덕선을 발견했다. 그때 소년 정환은 소녀 덕선을 보낼 수밖에 없음을 직감한다. 

고백 장면에 스민 감정의 농도로는 여느 명작 못지 않았다. 그러나 정환의 고백 뒤로 이어지는 과거 회상 장면은 너무도 아팠다.

마당에서 올림픽 퍼레이드 연습을 하는 덕선을 몰래 훔쳐보던 정환, 덕선에게 우산을 건네며 “일찍 다녀”라고 말한 다음 문 뒤에서 뿌듯함에 미소 짓는 정환까지 우리가 모르는 그의 모습들이 있었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의 파편들이 가슴을 저몄다. 

정환의 ‘첫사랑’이 끝이 났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덕선을 향한 마음이 끝났다고는 누구도 잘라 말한 적 없다. 너무 슬픈 대사이긴 했지만, ‘응답하라 1994’ 속“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대사가 떠오른다. 이 명대사가 ‘응팔’에서는 의미를 달리 할 수 있을까.

그가 끝끝내 반지와 함께 두고 갈 수밖에 없던 마음은 누구에게로 돌아갈까. /bestsurplus@osen.co.kr 



 

 

'응팔' 어남택, 개연성이 아쉽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남편찾기 코드로 시청자들을 둘로 갈라놓곤 했다. '1997'에선 '윤제(서인국)냐 아니냐'를 두고 설왕설래했고, '1994'에선 쓰레기(정우)와 칠봉이(유연석)를 평행 저울에 올려놓았다. 여러 복선과 밑밥에 시청자들은 끝까지 안심하지 못했지만, 엔딩은 결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애초부터 남편은 윤제였고, 쓰레기였다. 여주인공의 마음이 향해 있는 곳에서 결말을 맺었다.

지난 두 시즌에서 경험을 한 시청자들은 어남류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정환은 윤제나 쓰레기처럼 무심한 듯 마음을 표현하는 일명 '츤데레'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무뚝뚝함은 남자다움으로, 무신경한 듯한 애정 표현은 로맨틱함으로 받아들여졌다. 어남류는 자연스러운 결론이었다. 덕선의 미래 남편으로 등장한 김주혁의 외모와 연기 스타일도 정환이 남편이란 심증을 굳혔다.

하지만 중후반부에 택이가 급부상했다. 순수하지만 저돌적인 표현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어남택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택과 덕선의 꿈결 키스신 이후 어남택 지지파의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그리고 방송 내내 이어진 양측의 설전. 끝까지 어남류 지지파는 확신했다. 반면 어남택 지지파는 한 켠에 불안이 공존했다. 여주인공 덕선의 마음이 오리무중이었기 때문이다. 정환에 대한 호감은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충실하게 그려진 반면, 택이에 대한 마음은 선명하지 않았다. 덕선의 마음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선, 그간의 정황상 어남택보단 어남류가 개연성이 훨씬 높았다.

결국, 덕선이 홀로 간 콘서트장에 정환과 택이 중 누가 먼저 도착하는지 달리기 시합하듯 결론이 맺어졌다. 이때도 정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고, 택이의 결단은 라디오 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려졌다. 어남택으로 결론 내리기까지, 정환은 줄곧 이야기를 주도했고, 택이는 타인의 시선 안에서 움직였다.

어남택도 충분히 흥미로운 결말이다. 대세를 거스른 반전이라 더 짜릿하다. 기존의 로맨스 공식을 벗어난 점도 신선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개연성을 놓친 점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어남류도 납득할 만한 어남택이 되기 위해선 설득력이 더 필요했다. 덕선이 삼각구도 안에서 어떠한 선택권도 지니지 못했다는 점은 개연성을 미흡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다.

[SC초점] '응팔' 어남택, 개연성이 아쉽다 출처 스포츠조선 | 작성 김표향




- 택이가 남편이라는거 이상할건 없지만 정팔이인듯 실컷 스토리 끌고 가다가 반전의 결말인건 반전의 묘미가 아니라 스토리 전체 구성 자체의 설득력과 개연성이 없다는 데에서 실망스러운 마음마저 든다. 드라마도 현실도 삼각관계 다각관계는 아주 흔한 일이지만 선택받지 못한 자가 그저 반전의 도구로만 쓰이는 경우는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제작진은 응답시리즈 정통을 깬 것을 성과로 볼지 모르겠지만 전혀 참신하지도 설득력있지도 않은 결말 일뿐이다.

 

우리 모두가 그랬다 정환이처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더 무심하게 굴고 관심없는 척 틱틱거리고...

그래서 우리 모두의 첫사랑은 거의 안이루어졌고 가슴속 한켠에 아련히 자리잡고 있다.

시청자들 대부분은 정팔이의 모습에 자기의 옛 모습을 대입시켰고 이루지못한 나의 첫사랑을 정환이가 대신 이루어주길 간절히 바랬을 것이다.

눈물 가득고인, 첫사랑에 실패한 정환이에게 그토록 감정이입이 된 이유다 ㅠ 아쉽다.

어느댓글 말대로 정팔이가 연기를 너무 잘했다...ㅠ 물론 다른 연기자 분들도 모두 훌륭~!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응답하라 1988' 고경표 류혜영이 결실을 맺었다. 이쯤 되면 메인커플이나 다름 없다.

16일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연출 신원호)이 20회를 끝으로 종영됐다. 정겨웠던 쌍문동 식구들은 모두 떠나 추억속에 남았다.

'응팔' 막방에선 결국 덕선(혜리) 남편이 최택(박보검)인 사실에 쐐기를 박았다. 앞서 최택이 남편으로 암시되긴 했지만, 마지막회에서 또 한 번의 반전이 일어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기대감이 극도로 증폭됐다.

 

응팔 막방, 응답하라 1988 고경표 류혜영

응팔 막방, 응답하라 1988 고경표 류혜영

 

이유도 그럴것이 이전까지 극 중 정환(류준열)과 덕선의 감정선이 주축이 돼 그려진 '응팔'이었다.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정환은 말 수가 줄어들었고, 분량도 덩달아 줄어들었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방황한다고 해도 시청자들에게 그의 행동들은 답답할 따름이었다. 특히 자신의 이른 바 '피앙세 반지'를 두고 덕선에게 고백한 뒤 장난인것처럼 친구들에 "됐냐 븅시나"라고 말한 순간에는 그동안 켜켜이 쌓아둔 감정선이나 정환의 캐릭터가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덕선 남편의 성인 버전으로 출연한 김주혁은 이전까지 정환에 가까운 연기를 보였다. 무심하고 툴툴대는 '츤데레'의 전형으로 연기하던 그가 어느 순간 박보검이란다.

'응팔' 팬들, 심지어 택 팬들조차도 '캐릭터 붕괴'를 논할 정도다. 애초에 처음부터 지난 '응답하라' 시리즈 팬들이 '응팔' 러브라인을 두고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라며 다소 '설레발'에 가까운 확신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지금까지 두 번의 패턴을 통해 증명했듯 누가 봐도 류준열이 남편이 될 확률에 가깝게 그려졌다. 그만큼 드라마 속 화자는 박보검이 아닌 류준열로 그려진 경우가 더욱 많았다.

하지만 후반부에 접어들며 갑작스럽게 최택에 더욱 무게가 실렸고, 끝까지 덕선 감정의 개연성은 확실히 그려지지 않았다. 다만 "우리는 절대 변할 사이가 아니다"라는 말이나 덕선의 성인 버전인 이미연이 "시나브로, 좋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기에 그쳤다.

택 또한 이미 1978년, 처음 쌍문동 골목에서 덕선을 봤을 때부터 자신도 모르게 그를 좋아한 것이었다는 설정으로 이들 커플에 당위성을 주려했다. 압권은 김주혁이 이미연과 인터뷰 도중 갑작스레 과자통 뚜껑을 열지 못하는 것으로 갑작스레 '택스러움'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지난 19회를 지나며 '응팔' 중심축으로 무게감을 잡던 정환은 마지막회 분량이 안쓰럽다는 의견이 나올만큼 미비하게 그려졌다. 그나마 위안은 우정을 위해 사랑을 놓쳤을만큼, 결혼 반대로 고충을 겪고 있는 선우(고경표)를 위로하기 위한 1~2분 가량의 신에서 '의리남'으로 그려진 것이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메인커플 러브라인과 감정선이었고, 그랬기에 선우(고경표) 보라(류혜영) 커플이 상대적으로 더욱 두각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선우 보라 커플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이다' 다웠다. 물론 선우의 짝사랑 앓이에 보라가 이를 거부하긴 했지만, 사랑을 인정하는 순간부터는 밀당 한 번 없이 직구 사랑을 나눴다.

당시 시대상을 감안해 여성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보라는 달랐고, 사랑과 감정에 솔직했다. 비록 집안의 맏딸이고 사법고시에 대한 기대를 거는 부모님과 가족들을 위해 남자친구 선우를 찼을 때는 위기가 닥쳤지만, 다시 만나기 위해 노력했던 보라다. 또한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선우가 내건 재결합 세 가지 조건을 받아들이는 모습도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보라가 택한 방식이었다.

6년이란 공백기도 설득력 있던 선우 보라였다. 보라는 우연히 골목에서 선우를 마주칠 때마다 애틋한 표정을 지었고, 막내 동생 노을(최성원)이 선우가 연애를 잘 한단 말에 신경을 썼다. 선우 역시 겉으론 보라를 전 여자친구가 아닌 친구 누나로서 깍듯이 대했지만, 그가 독하게 공부해 사법고시를 통과했다는 말엔 여전히 자신의 일인양 으쓱해 하는 미묘한 표정 변화 등이 포착돼 충분한 개연성을 줬다.

또한 동성동본으로 인해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할 때도 선우 보라는 흔들림이 없었고 결국 유일하게 결혼에 골인한 '응팔' 커플이 됐다. 꽉 막힌 '고구마' 러브라인을, '사이다' 선우 보라 커플의 존재로 만회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듯하다.

'응답하라 1988'은 80년대 쌍문동 이웃들의 정과 가족간의 사랑, 친구들간의 우정을 감성적으로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동아닷컴]'응팔'의 불친절, 류준열이 실종된 마지막회
혜리로 시작해 류혜영으로 끝난다.  '응답하라 1988'의 마지막회는 시청자들을 납득시키는 대신 최루성 에피소드로 안방의 두뇌 활동을 마비시켰다.

16일 오후 방송된 tvN '응답하라 1988'에서는 최종화 '안녕 나의 청춘 굿바이 쌍문동'이라는 부제의 에피소드가 전파를 탔다.

앞서 방송된 19회에서 '응팔'의 주요 과제였던 남편찾기가 최택(박보검)으로 마무리 되자 시청자들은 20회에서 왜 정환(류준열)이 덕선을 포기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길 원했다. 그동안 덕선을 향한 마음을 드러내던 정환이 지난 3회 동안 왜 그토록 깔끔하게 덕선을 포기했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싶어했던 것.

 

하지만 제작진은 마지막회에도 감동 코드로 시청자들의 눈물을 뽑는데 주력했다. 공군회관에서 촬영됐다던 결혼식 장면은 보라(류혜영)와 선우(고경표)의 것이었고 덕선과 택의 결혼식은 이들이 부부가 된 2016년의 모습으로 대체했다.

이후 '응팔'은 결혼을 앞둔 보라와 장녀는 시집 보내는 부모의 애잔한 마음에 분량을 할애했다. 결혼 설득에서 신혼여행에 가기 직전까지 보라와 동일을 통해 애틋한 부녀관계를 보여주며 눈물을 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응팔' 제작진은 보라와 선우의 결혼식이 끝난 이후 쌍문동 골목을 완전히 비우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동안 쌍문동 골목에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온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특히 논란이 될 여지가 엿보인 부분은 '응팔' 삼각관계의 한 축이었던 정환의 현재 모습조차 등장하지 않은 점이다. 그동안 극의 로맨스를 이끌어 온 일등공신인 류준열의 캐릭터가 20회에 들어서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결국 이같은 '응팔' 제작진의 불친절이 눈물은 있고 감동은 없는, 추억만 남고 개운함이 없는 '고구마' 결말을 만들었다. 명품으로 끝날 수 있었던 드라마는 왜 이런 끝을 택해야만 했을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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